A TABLE WITH

HYANGMOK BA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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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의 우리, 그 안의 세상

2015년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첫 전시 <바나나를 벗기는 방법>부터 지난 해 12월에 호아드 카페&갤러리에서 개최한 <SNOW WHITE>까지, 다섯 차례의 개인전을 비롯해 단체전, 아트부산2020에 이르기까지,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백항목은 찬찬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갤러리스탠 송인지 대표는 그의 작품에 대해 ‘소년의 낙서를 닮았으면서도 감각적인 구성과 유쾌한 유머가 숨어있다’고 표현했다. 여기에 조금 더 보태면, 백향목은 작품에 가장 진실하면서 유쾌하고, 때로는 우울하면서도 날카로운 이야기를 담아낸다. 마치 우리가 일상을 먹고 마시며 매일매일 다른 맛과 감정을 느끼듯 그는 시간과 일상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소재에서 다채롭고 신선한 시선을 발견한다. 

TABLE #1

새콤달콤하면서 쌉싸래한, 그것이 일상

누군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특히 어떤 소품이나 가구를 쓰는지, 무엇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살피며 작업실 주인의 성향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연남동에 위치한 백향목 작가의 작업실은 오롯이 그림 작업만을 위한 공간 같다. 미완성 작품 아래 바닥으로 페인트와 팔레트가 빼곡히 늘어선 옆, 데스크톱 하나와 키보드만 한쪽에 놓인 깔끔한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2016년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열렸던 첫 전시 <바나나를 벗기는 방법>을 시작으로 2020년 12월 까지 꾸준히 개인전을 열고, 페어 등을 통해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첫 전시 이후 대학원을 다니며 학업에 몰두하다가 2018년 두 번째 솔로 개인전 를 시작으로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작품의 주제는 꾸준히 ‘주변의 일상’이에요. 작가가 생각하는 일상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동시대 친구들의 고민이나 생활이 곧 일상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작품에 나이에 맞는 주제를 담으려고 하고요.

작품 주제에 ‘일상’을 담으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원래 다른 사람의 일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웃음). 어떤 생각이나 일에 몰두하면 주변의 이야기나 상황을 무심히 지나쳐버리곤 하죠. 그래서 작품을 구상할 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어요. 첫 전시 당시에는 20대 중반에 맞는 이야기와 일상을, 30대 초반인 지금은 또 그 나이와 일상에 맞는 이야기를 담는 거죠.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요.

집과 작업실만 오가고 있어요. 작업실이 주 생활 공간이죠. 요즘에는 시국 때문에 못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친구들과 놀더라도 작업실에서 놀고, 영화도 작업실에서 볼 정도였어요. 요즘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넷플릭스를 본 후 점심 즈음 작업실에 나와요. 그리고 저녁까지 작업실에서 먹고 9시~10시쯤 집으로 가죠. 자기전에 넷플리스를 딱 한편 더 보고 자요. 요즘에는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 빠져 있는데 지금도 다음 회차가 너무 궁금해요(웃음).

일상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마련한 자신만의 특별한 루틴이나 습관이 있나요?

수면 패턴을 규칙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요. 원래는 야행성이어서 새벽에만 작업했는데, 그렇게 1~2년 정도를 보내니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만들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어요. 보통 12시에 자고 거짓말처럼 7시 반에서 8시에 사이에 일어나요. 놀랍게도 그 시간에 늘 깨더라고요.

작업실 소개 좀 해주세요. 이사 오신 지 4개월 정도 되었다고 들었어요.

원래 대흥 쪽에서 작업실을 다른 작가와 공유하고 있다가 개인 작업실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공간에 대한 변화도 필요했고요. 그러다가 연남동 쪽으로 왔는데, 주방과 화장실이 안에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죠.

작업실 바닥에 놓인 물감이나 도구 외에 테이블이 가장 눈에 띄네요. 작가님에게 테이블은 주로 어떤 용도로 사용되나요?

미팅을 하거나 패드로 스케치 작업을 하기도 하고요. 8할은 밥을 먹을 때 사용하고 있어요.

지금 이 테이블은 어떻게 선택하게 되었나요?

제 작업실은 온전히 작업을 위한 공간이지만 그래도 테이블은 신경 쓰고 싶었어요.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저를 ‘그림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신경 쓰는 작가’라고 생각하기를 바라기도 했고요.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오브제가 테이블이었죠. 고심해서 비트라에서 출시한 장 프루베Jean Prouvé의 테이블을 골랐고, 그 옆에 세르주 무이Serge Mouille의 조명을 설치했어요. 테이블과 조명 덕분인지 작업실에 오면 늘 기분이 좋아요. 이 테이블에서 미팅도 많이 하고 작품 활동도 더 많이 하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 바람대로 되고 있기도 하고요(웃음).

작가님에게 테이블이 ‘주제’로 주어진다면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나요?

저의 작품 ‘파라다이스’에도 테이블이 등장하긴 해요. 저에게 작품 속 테이블은 일종의 캔버스 같아요. 특히 테이블 위에 나열하는 오브제들이 뭔가 뭉쳤을 때의 느낌이 좋아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라 해도 테이블 위에서는 마치 하나가 되는 느낌이 있거든요.

요즘 눈여겨보고 있는 일상 혹은 대상은 무엇인가요?

팬데믹 이후의 ‘나’, ‘우리’ 혹은 ‘세계’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 삶이 과연 불행할까? 등이요. 팬데믹으로 인해 활동도 자유롭지 않고, 일상은 여러 제약을 받고 있지만 사라졌던 동식물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오거나 바다가 맑아지는 등, 전에 없던 긍정적인 변화들도 있잖아요. 지금은 모두에게 힘든 시기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 것 같아요. 그런 시선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더 흥미롭지 않을까 싶고요.

테이블에서 하는 행위 중 하나는 ‘음식을 먹는 일’이기도 해요. 누군가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나누어 먹거나, 혼자 식사를 하며 이것저것 하기도 하고요. 작가님에게 음식을 먹는 일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사실 먹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에요. 먹는 행위나 맛이 저에게는 큰 의미는 아닌 것 같아요. 기운을 내야 하니까 먹는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그래서 요리도 잘 안해요. 요리하는 시간이 뭔가 소모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가끔 라면이나 달걀프라이 정도는 해먹는데, 두 가지를 요리하는 냄비는 똑같아요(웃음). 그래도 예전에는 일하다 보면 먹는 걸 잊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최소한 규칙적으로 챙겨 먹으려고 해요.

좋아하는 음식으로 초콜릿 종류와 레모네이드를 꼽았어요. 주로 새콤달콤한 맛을 가진 것들이네요. 이런 맛은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많이 찾기도 하잖아요.

초코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어요. 대학교 때는 초코 우유에 오레오를 부셔서 마셨을 정도였으니까요. 저에게는 일종의 소울푸드였어요. 그런데 그렇게 먹다 보니 배가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한동안 운동에 집중하면서 초코를 끊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냥 먹고 싶으면 먹어요. 레모네이드도 그렇고 뭔가 자극적이고 달콤한 맛이 좋거든요. 일종의 심리적 안정감을 준달까? 요즘 가장 즐겨먹는 건 얇은 막대 초코 과자와 자케Jacquet 브라우니인데, 특히 친구가 추천해준 자케 브라우니는 한 입에 쏙 들어가는데다 적당히 촉촉해서 제 입맛에 딱 맞아요. 쟁여 놓고 먹을 정도예요.

민트초코도 무척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민트초코는 특히 호불호가 강한 맛이잖아요. 저는 반민트초코파라서 그런지 민초를 좋아하는 분들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던데(웃음), 민트초코는 어떤 매력이 있나요?

어렸을 때 초콜릿을 먹으면 항상 어머니가 양치질을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민트초코를 먹으면 양치질을 동시에 하는 것 같았어요. 양치질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덜해지는 느낌이었죠. 요즘은 민트초코에도 여러가지 맛과 향이 있고, 컬러도 민트가 아닌 경우도 많아서, 찾아 먹는 재미가 있어요. 원래 강햔 향을 가진 음식을 좋아하는데, 그런 강한 맛과 향 때문에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집과 작업실만 오가는 일상이라면, 요즘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원래 스트레스를 안 받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누군가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거든요. 그게 엄청난 스트레스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몸도, 마음도 힘들었죠. 사실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제는 그저 주어진 상황을 덤덤히 받아들이려고 해요. 작업에 몰두하면서, 또 일상의 루틴을 지켜가면서요.

COPYRIGHT © CUSTOMELLOW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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